토끼는 침묵을 쓴다
토끼는 침묵을 쓴다 말은 있으면서 없다
없는 말에 존재는 가둬지고 침묵은 없음이다
총소리다
총의 말이 들린다
그것은 단순해
죽여버리겠다는 뜻이잖아
지옥문이 있다 말이 죽음을 면하게 한다
야옹 통과 탕탕 통과 깡총은 통과하지 못했다
인간은 총과 고양이를 길렀다
응, 왜, 응, 왜
토끼는 토끼굴로 도망을 친다 내가 시를 써줄게
너를 위한 시를 써줄게
무슨 언어로 시를 써야할까 한참을 고민했어 그냥 인간의 언어로 써주려고 해
그때 저편에서 아이가
침묵이다 언어도 없다 존재도 없다
없음은 인간 세계에서 가장 못난 놈
프롤레타리아, 식민, 꿇어있는 것
저편을 지나온 아이는 억울하다
엄마 있잖아요 저는 원래 몸이 먼저였고요
마음이 먼저였고요
허어 허어
허어는 모여서 토끼굴에 있다
토끼굴은 하얀 털을 하고 있었다
토끼는 침묵을 덮어 쓰고 있었다
어리석은 늑대야 내가 토끼인 줄 알았겠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